백수 로망(초고)

사냥 대회 날.왕실 사람들은 함께 출발하기 때문에 다들 정문 근처의 광장에 모여 있었다. 짐이라면 칼 메르에게 받은 주머니에 넣어서 가져가도 됐으나 메릴이 이미 사람들을 시켜 짐을 다 마차에 실어놨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기에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광장에 도착한 리델은 서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래서 무슨 도구를 고르실 건가요?" 대외적 목적인 사교계 수업을 진행하던 도중 릴리아나가 질문을 했다. 티타임에서의 예절교육을 하던 도중이였기에 차와 간식이 놓여 있었다. 릴리아나가 알려준 예절에 맞춰 차를 마시고 과자를 씹던 리델은 잠시 멈칫했다. "정리를 하신다 하셨으니 상관없이 대청소인가요?" "그럴 리가요. 어차피 다시 먼지가 쌓일 텐데" 사교계...

여름이 다 가고 있는 계절. 선선한 바람이 이제 여름은 다 갔다며 알려주고 있었고 푸른 녹음도 슬슬 꺾이기 시작해 점차 가을로 넘어가고 있었고 여름꽃들이 지고 가을꽃이 슬슬 봉우리를 피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날씨 좋네~ 누구 하나 죽여도 상쾌할 날씨야." 시원한 음료를 마신 리델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한 사람을 보고 싱긋 웃었다. "그치? ...

우주여행에 대한 안정성이 입증되면서 인간들의 활동 영역은 지구에서 벗어났다. 블랙홀과 화이트홀 이론이 구체화되어 과학을 통해 인위대로 사용이 가능해지자 인간들의 활동 범위는 머나먼 우주까지 넓어졌다.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조금이라도 성립된다면 테라포밍을 통해 환경 개선을 하여 사람들의 이주를 도모하거나,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을 발견해 공존을 하기도...

재산 소지 문제를 해결한 리델은 며칠간은 기분이 좋았지만, 곧 우울해졌다. "이놈의 변경백..." 레벨리온 백작가의 요청사항 건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돌아간 뒤로부터 이 변경백은 3일이 지난 이후부터 편지로 압박을 넣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날씨가 좋다더니, 어디에 이런 일이 있다더니 같은 한가한 소리를 하다가 저번 요청에 대해 언제쯤 답을 줄 수 있...

"이봐! 여기 좀 도와줘!!" "손 남는 녀석 있어?! 여기 부상자 이송해야 해!!" 한바탕 교전이 있었던 곳. 여러 사람이 부상자와 시체를 수습하고 있었다. 다들 무기를 내려놓은 채 함께 싸운 동료들을 찾아 후방으로 이송했다. "망할." "어허. 이쁘고 고운 말 쓰셔야죠 영웅님?" 하얀색에 가까운 하늘색 머리 남자의 말에 검은색 단발머리의 여자가 핀잔을...

"3 왕자님의 지명이라..." 연구소 소속의 말단이 전해준 소식에 칼 메르는 책상을 손가락으로 툭툭 두들겼다. 책상은 물론이요 그 주변마저 각종 책과 마법진이 그려진 종이들로 가득하다 못해 널브러져 있는 방. 이 방이 칼 메르의 연구실이자 숙소였다. 널브러진 책과 종이 사이에 간신히 서 있을 자리를 찾아 소식을 전한 말단은 안절부절못하며 칼 메르의 눈치를 ...

리델은 도서관에서 적어온 것을 다시 하나씩 읽어봤다. '창세 신화.' [태초에 진리의 문 너머의 왕이 나타나 이 땅에 생명의 진리를 뿌렸다. 생명의 진리가 자라나며 다양한 생명체들이 태어나 땅을 풍요롭게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지성을 가진 자들과 가지지 않은 자들이 생겨났고 이는 땅 위를 더욱 다양하게 만들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왕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

왕실 마법사로 근무하는 칼 메르는 마법사치고는 사교성이 높았다. 그것도 매우 높아 일반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마법사임에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원만했고 덕분에 왕성 내 소문이란 소문은 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발이 넓었다. 그렇기에 본 적 없는 얼굴의 사람이라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뭐... 애당초 왕실에 10살 미만의 어린애는 ...

 성 미테라스 용병기사단. 누군가 들으면 이게 뭔 소리인가 싶을것이다. 용병이면 용병이고, 기사면 기사지 용병기사단은 무엇인가? 기사라면, 섬기는 주군이 있다. 나라의 기사면 군주를 섬겼으며, 신전의 기사라면 신을 섬겼다. 하지만 그 곳에 속한 이들은 기사라고 불리지만 누군가를 섬기지 않는다. 과거, 대륙이 위기에 빠졌을 떄 큰 힘이 되었던 사도들을 주축으...

반년마다 국경을 지키는 대표 가문들의 수장들은 수도로 돌아와 왕에게 현재 상황을 보고한다. 전시 상황이 아닌 이상 이 일에 예외는 없다. "그런데 말입니다~" 서부 변경백 플리안 백작은 어깨를 으쓱했다. 가벼운 말투 안에 숨겨진 그 뒷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 레벨리온 백작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만 살짝의 인상을 쓸 뿐 별 말을 하지 않았다. 우수한 마법사이기...

한편, 피크닉 장소인 호수 근처. 과감하게 치마를 찢은 릴리아나가 검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멧돼지는 여전히 흥분상태였고 그 주변을 포위하고 있는 병사들은 긴장한 채 창을 겨누고 있었다. "비키도록." 릴리아나의 명령에 어리둥절해 하던 병사들은 드레스가 찢겨진 걸 보고 입을 딱 벌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병사들보다 앞에 선 릴리아나는 멧돼지와 대치했다. 거친...